- 7000만 원을 빌려간 채무자들이 갚지 않자 70대 여성이 사무실을 직접 찾아갔다.
- 미리 준비한 김칫국물 봉지를 던지고 밀치는 등 폭행해 폭행치상·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다.
- 전주지법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며 사안의 경위를 참작했다.
수년째 돌려받지 못한 빚을 두고 벌어진 감정의 충돌이 결국 법정까지 이어졌다. 전주지법 형사8단독은 폭행치상과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5세 여성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출발점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강식품 방문판매업을 공동으로 운영하던 B 씨와 C 씨가 A 씨의 남편으로부터 7000만 원 상당을 빌린 뒤 장기간 상환하지 않은 것이다.
참지 못한 분노는 예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표출됐다. 지난 6월 25일 오전, 채무 변제를 요구하려 사무실을 찾아간 A 씨는 B 씨 등이 자신을 무시한 채 돈을 갚지 않자 미리 준비해 간 김칫국물이 담긴 봉지를 B 씨의 목덜미 쪽으로 던졌다. 이어 양손으로 가슴 부위를 두 차례 밀치는 등 폭행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단순한 언쟁이 아니라 신체 접촉과 이물질 투척으로 이어진 물리적 충돌이었다는 점에서 사안의 무게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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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채권자와 채무자라는 관계가 정서적 대립으로 번지는 구조다. 7000만 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법적으로는 민사 소송이나 지급명령, 강제집행 같은 정식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할 영역이다. 그런데 장기간 상환이 이뤄지지 않고 상대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인식이 겹치면, 채권자는 제도보다 직접 행동을 택하는 쪽으로 내몰리기 쉽다. 결국 돈을 받지 못한 사람이 오히려 형사 처벌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이 사건의 냉정한 교훈이다.
법원이 벌금형을 선택한 배경에는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피해 정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칫국물을 미리 준비해 갔다는 점은 계획적인 측면이 있었음을 보여주며, 폭행치상 혐의가 적용된 만큼 상대방에게 실제 상해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감정적 대응이 법적 책임으로 되돌아오는 순간, 원래 받아야 할 채권 회수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금전 분쟁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의 정당성보다 절차의 정당성이다. 차용증, 계좌 이체 내역, 문자 메시지 등 증거를 확보하고 내용증명과 지급명령 신청 등 법적 수단을 단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 직접 찾아가 따지고 싶은 심정은 이해되지만, 그 순간의 행동이 형사 처벌이라는 또 다른 손실을 낳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장기 미상환 채무는 채권자의 인내심을 소진시키고, 결국 감정적 폭발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물리적 대응은 채권 회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채권자를 피고인으로 만든다. 빚 문제일수록 감정을 분리하고 제도적 절차를 끝까지 활용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다.
📰 출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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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09-1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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