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가 제지·제분업체에 내린 ‘가격 재결정 명령’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 제지업체 4곳과 밀가루 담합 제분업체 일부가 신청한 집행정지가 인용되며 처분 효력이 본안 1심 선고 후 30일까지 멈춘다
- 공정위는 재항고로 대응하며 본안 소송에서 적법성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사건의 시정조치로 활용한 ‘가격 재결정 명령’이 법원에서 연이어 제동이 걸렸다. 서울고등법원은 무림SP, 무림페이퍼, 무림P&P 등 제지업체 3곳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지난달 28일 인용했고, 한국제지가 별도로 제기한 신청도 받아들여졌다. 이로써 담합 제재를 받은 6개 제지사 가운데 4곳에 대한 가격 재결정 명령 효력이 일단 정지된 상태다.
집행정지는 본안 소송의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행정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멈추는 절차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해당 명령의 효력은 본안 소송 1심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된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 등으로 왜곡된 가격을 사업자가 스스로 다시 산정하도록 공정위가 내리는 시정조치로, 공정위가 이를 발동한 것은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약 20년 만이자 출범 이후 두 번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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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지난 4월 제지업체 6곳에 법 위반행위 금지 명령과 함께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고 총 33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업체가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60회 이상 만나 인쇄용지 가격 인상 방안을 논의하고, 기준 가격을 올리거나 할인율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판매가를 인상하기로 합의한 뒤 이를 실행했다는 판단에서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처분의 위법성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본안 판단 전까지 효력을 멈춰두겠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제분업체 쪽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공정위는 지난 5월 6년간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주요 제분업체 7곳에 총 671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렸는데, 이 가운데 일부 업체가 낸 집행정지 신청도 최근 인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전분당업체에 내려진 가격 재결정 명령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집행정지 신청이 제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집행정지가 인용된 사안에 대해 재항고로 맞대응하며, 본안 소송에서 처분의 적법성을 입증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년 만에 부활한 강력한 시정수단이 사법부의 문턱에서 흔들리는 형국인 만큼, 향후 본안 판결이 가격 담합 제재의 실효성과 처분 방식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처분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본안 판단 전까지 효력을 멈추는 집행정지가 잇따라 인용됐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 과징금과 별개로 시장 가격 구조를 직접 손보게 하는 가격 재결정 명령은 그만큼 사업자 부담이 크고 법적 다툼의 여지도 넓다는 방증이다. 20년 만에 재등장한 카드가 실제 제재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결국 본안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 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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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09-1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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