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한반도문제 당사자는 남북…주변국이 이를 압도해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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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
[통일부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정동영 장관은 이날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전략 자문단 4차 회의’ 모두 발언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방북해 2005년 6월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한 것을 돌아보며 “당시 결론은 당사자는 남과 북이라는 거였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김정일과) 장시간 여러 의제로 대화했지만 한마디로 얘기하면 ‘당사자는 우리’였다. ‘주변국은 주변국이고 우리 운명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니 통 크게 합시다’라고 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과 북이고 이는 상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변국은 변수일 뿐인데 지금은 변수가 상수를 압도하고 있다. 이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의 이런 언급은 최근 미중·중러·북중 정상회담 등 한반도 주변국 간 정상외교가 일단락되고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한 가운데 한반도 이슈가 부상할 경우 우리나라가 북한과 함께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의 이런 발언은 최근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한 뒤 “러시아-북한 간 불법적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되지 않을 것”, “북한 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이 필수적” 등의 문구가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에 북한은 13일 외무성 10국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내고 성명 내용이 “우리 국가에 대한 명백한 주권침해, 엄중한 적대행위”이자 “‘체제존중’, ‘적대행위 불추구’와 같은 위장 간판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자문회의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이런 한·EU 공동성명 내용이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기조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대북 정책·메시지는 일관성과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북한 당국자들이 예측가능해야 하는데 (대통령과 참모의 말이 다른) 상하 불일치, 언행 불일치”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 교수도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과 근본적으로 충돌하고 이 대통령 취임 1주년 회견에서 말한 바와도 굉장히 대비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이번 성명이 향후 대북정책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EU 성명에서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한 점을 들어 정부의 주변국 관리가 부족하다며 “‘코리아 솔루션’을 EU에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EU의 행동과 문법을 그대로 수용하고 적용하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이재명 정부 1년간 남북 간 긴장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관계를 관리한 점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평화적 두 국가론’에 대한 국내외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