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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켓노트] 미국 연준의 독립성 소식을 상세히 전해드립니다.
📝 상세 기사 내용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건물. AP_연합뉴스
미국의 37대 대통령 닉슨은 ‘문제적’ 인물이었다. 그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수입 제품에 10%의 할증 관세를 부과했고,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임금과 물가를 강제로 동결하는 초유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대외정책도 매우 배타적이었다. 일방적인 금 태환 정지로 달러 가치를 추락시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를 믿었던 우방들에 치명상을 입혔고, 안보를 볼모로 한국과 서독 등에 군사비 지출 확대를 요구했다.
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독립성도 훼손했다. 자신의 최측근을 의장에 앉혀 중앙은행을 정치에 복속시킨 그는 결국 불법 도청과 위증 혐의로 불명예 퇴진했다.
지금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닉슨을 넘어서는 문제적 인물이다. 최근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 확대 시도는 닉슨 집권기를 방불케 한다.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법무부의 형사 조사는 그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다. 연준 본부 리모델링 공사비와 관련한 위증 혐의를 부각하고 있으나 이는 금리 인하 속도에 불만을 품은 권력이 사법기관을 동원해 중앙은행 수장의 목을 죄는 격이다. 오죽하면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등 전직 의장들은 물론, 현 정부의 재무장관인 스콧 베선트조차 이 무리한 수사에 우려를 표하겠는가.
연준의 인적 구성원에 대한 공격도 병행하고 있다. 리사 쿡 연준 이사에 대해 과거 대출 과정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내부 반대파를 숙청하겠다는 신호였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스티븐 마이런의 연준 이사 선임이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직을 유지한 채 연준 이사를 겸임하는 것은 110년 연준 역사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다. 마이런은 연준 이사로 지명된 후에도 약 5개월 동안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한 후에야 사임했다.
새로운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의 인사청문회도 우려를 남겼다. 워시는 청문회 내내 의원들의 구체적인 정책 질의에 확답을 피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권력이 중앙은행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그가 내뱉은 ‘독립성’은 소신이라기보다 비판을 피하기 위한 방어막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발언의 행간에는 위험한 징후들이 숨어 있었다. 그는 “인플레이션 측정 기준을 바꾸겠다”라거나 “현재 연준의 소통 방식이 바람직한지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기존 연준의 시스템을 재구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중앙은행이 경제에 깊이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는 보수주의자로서의 소신은 존중받을 수 있으나 그것이 백악관의 입맛에 맞는 통제력 강화로 이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잃었을 때 어떤 재앙이 닥치는지는 닉슨이 임명했던 아서 번스가 몸소 보여줬다. 1970년부터 8년간 연준을 이끌었던 그는 연준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인물로 기록된다.
그는 국가 경제의 파수꾼이 아닌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였다. 1972년 재선을 앞둔 닉슨이 “실업률을 낮춰야 한다”며 금리 인하를 압박하자 번스는 인플레이션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음에도 돈을 푸는 확장적 정책을 감행했다.
번스는 자신의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적 눈속임까지 동원했다. 유가와 식료품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임의로 제외하며 ‘진짜 물가는 안정적’이라는 가짜 지표를 내세웠다. 이는 현실을 왜곡해 긴축을 회피하려는 꼼수였고, 결과적으로 적기에 대응할 기회를 날려버렸다.
비난이 거세지면 금리를 올리는 척하다 실업률이 오르면 다시 내리는 ‘스톱 앤 고'(Stop-and-Go)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1970년대 내내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암흑기에 갇혀야 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흔들리면 자본시장은 가장 먼저 반응한다. 1970년대 번스 재임 시절 S&P500 지수는 연평균 0.5% 상승에 그쳤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6%였음을 감안하면 주식 투자의 실질수익률은 처참한 마이너스였다.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무조건’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시장이 환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을 예견한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가 치솟으며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다.
케빈 워시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반복한 독립성이란 단어에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말이 단지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며 위기를 넘기려는 수사에 불과하다면 미국 경제와 증시의 구조적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단순한 당위적 원칙이 아니다. 그것은 화폐 가치를 지키고,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며, 정치적 광풍으로부터 국민의 구매력을 보호하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번스의 실패를 목도한 역사는 경고하고 있다. 정치가 중앙은행을 삼키는 순간, 그 대가는 오롯이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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